돈 거래에 여러 번 데고 나서 나름대로 철칙을 세웠다.
첫 번째, 지인과는 절대 돈 거래를 하지 않는다.
나의 정신건강을 위해, 그리고 쾌적한 관계 맺기를 위해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다.
하지만 막역한 사이에 한해선 예외를 둔다. 단 이때 ‘그냥 준다’는 개념으로 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.
여기에는 조건이 따른다. 한동안 연락이 되지않아도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을 신뢰가 형성된 사이일 것.
오랜만에 봐도 빌려준 돈 때문에 서로 어색하지 않고 예전 모습 그대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. 흔히 돈이 얽히면 민낯이 드러난다고 한다. 이때 서로의 맨 얼굴이 드러나도 괜찮을 만큼 까다롭게 굴지 않아야 관계를 보존할 수 있다.
두 번째. 남에게 신세를 못 지는 성격의 상대일 땐 돈을 빌려준다.
‘오죽 급했으면 이런 부탁까지 할까?’라는 생각이 드는 상대라면,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고 어떻게든 갚으려고 하는
성격의 상대라면 그 진심을 알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다.
동정심과 신용이라는 확실한 보증은 ‘그때 빌려주지 말걸’이라는 감정노동을 겪지 않게 한다.
마지막으로 세 번째, 위의 철칙을 고수한다.
단호한 태도를 견지하며 아닌 건 아니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.
위와 같은 이유로 부탁을 거절했는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 연을 끊는다. 관계를 그저 수단으로 여기며 어떻게든
목적을 취하려는 모습에 실망하게 될 게 뻔하므로 장기적으로 피해야 하는 상대라 단정 짓는 것이다.
단, ‘못됐다’, ‘뻔뻔하다’ 등의 감정적인 말은 꺼내지 않는다.
상대가 “돈도 안 빌려줄 거면서 못된 소리만 해대네.” 따위의 험담을 늘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.
그저 빌려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뒤 자리를 뜬다.
“아무리 친구라도 이건 아니야.” 같은 담백한 거절이나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면 그만일 뿐이다.
<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> 중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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